사우디아라비아 건국기념일, 국가 정체성과 왕국의 뿌리를 되새기는 날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기념일은 매년 2월 22일에 기념되며, 제1 사우디 국가인 '디리야 왕국'의 수립을 기리는 날입니다. 전통 의상과 무용, 역사 재현 행사 등을 통해 국민들은 국가의 뿌리와 정체성을 재확인하며, 현대화 속에서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적 의미를 되새깁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축제: 전통 의상, 아르다 춤, 역사 재현 퍼포먼스, 가족 단위 시민들


디리야 왕국의 수립과 사우디 국가 정체성의 시작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기념일(Founding Day)은 매년 2월 22일, 1727년 제1 사우디 국가인 ‘디리야 왕국(Diriyah)’의 수립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는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 왕국보다 200여 년 앞선 시기의 역사로, 당시 무함마드 빈 사우드(Emir Muhammad bin Saud)가 중앙 아라비아 지역에서 정치적 통합을 시도하며 독립적 국가 형태를 갖춘 것을 시작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2022년, 살만 국왕의 칙령에 따라 이 날이 공식적인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으며, 이로써 사우디 국민은 자신들의 뿌리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디리야 왕국은 후에 오스만 제국과의 갈등 속에서 쇠퇴했지만, 이후 제2 사우디 국가, 그리고 현재의 제3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토대를 마련한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큽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9월 23일의 ‘국경일(National Day)’을 중심으로 국가 정체성을 기념해왔지만, 건국기념일은 정치적 통일과 현대 국가의 시작이 아닌, 민족적 기원과 문명의 뿌리를 재확인하는 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날을 통해 사우디 국민은 단순한 현대 왕국의 시작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첫 정치적 자각과 독립적인 존재로의 탄생을 되새기며, 자국의 정체성을 역사 속에서 확장하는 계기를 갖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역사·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국기념일은 국가 통합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핵심 축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재현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지는 건국기념일 행사

사우디아라비아 건국기념일은 국가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와 기념식으로 펼쳐지며, 역사적 재현과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됩니다.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각 도시에서는 고대 디리야 복장을 입은 배우들이 당시의 생활상과 왕국 수립 장면을 재현하며, 거리에서는 전통 무용인 ‘아르다(Ardah)’ 공연이 열립니다. 이 춤은 칼과 북을 이용한 집단 퍼포먼스로, 사우디 전통의 용기와 단결을 상징합니다. 또한 각 지역 박물관과 문화 센터에서는 특별 전시회와 다큐멘터리 상영, 역사 강연이 진행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워크숍도 열려 교육적 기능도 수행합니다. 여성들도 전통 복장인 '아바야'와 장신구를 갖춰 입고 참여하며,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을 위한 전통시장 체험, 도자기·향수·음식 만들기 등의 체험부스도 마련됩니다. 건국기념일은 단지 전통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 문화 콘텐츠와 결합되어 더욱 풍성한 형식을 띱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스타디움에서는 사우디 스타들이 참여하는 콘서트가 열리고, SNS와 유튜브에서는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우디 유산 자랑하기’, ‘우리 집 가계도 올리기’ 같은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날 공공기관과 학교는 휴무로 지정되며, 건국기념일 전후로는 전통 의상 착용, 애국시 낭송, 조상 인터뷰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참여 행사가 이어집니다. 이는 국민이 수동적으로 기념식을 보는 것을 넘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역사에 참여하고 소속감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공식 색상인 갈색(사막)과 녹색(국기)은 축제장 곳곳에 사용되어 시각적 통일감을 주며,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강한 국가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건국기념일이 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메시지

건국기념일은 단지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되새기는 날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 국민 모두가 공동의 뿌리와 가치를 공유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이 날은 사우디가 단순히 석유 부국으로서가 아니라, 고유한 문화와 문명을 계승해 온 독립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현대의 사우디는 경제 다각화, 문화 개방, 관광 진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건국기념일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통적 정체성의 기반이 됩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 날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질문하게 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가 간 관계에서도 건국기념일은 중요한 문화 외교의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해외 공관과 문화원에서는 이 날을 맞아 전통 공연, 음식 체험, 아라비아 문명 전시 등을 열며, 사우디의 정체성과 유산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이는 외교적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기여하며, 국가 차원의 ‘소프트 파워’ 확대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기념일은 전통의 뿌리를 기반으로 현대화를 추진하는 국가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상징적 기념일입니다. 단지 국왕과 정부 주도의 기념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스스로 역사에 참여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자발적인 문화 축제로서, 앞으로도 사우디 사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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